《메아리가 머무는 곳》
참여작가: 박정원 (instagram: @winter___garden)
기획 및 디자인: 박소호 (instagram: @soho.park)
일정: 2023. 06. 24 (토) - 2023. 07 .09 (일)
시간: 13:30~18:30 (월요일, 화요일 휴무)
장소: 서울시 서대문구 홍연길 80 2층, 예술공간 의식주 (instagram: @the_necessaries)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의 공간은 잔잔히 숨쉬는 작은 존재들과 함께 사라지지 않을 풍경으로 남을 것이다.
- 작가노트 중에서
# 광장으로부터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 어떤 이의 의도로 발생된 사건, 우리는 지속적으로 가해와 피해의 굴레에서 많은 사고와 사건을 목격해 왔다. 재개발, 소수자의 인권, 참사, 폭력에 대한 다발적인 문제는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상흔과 이별을 남긴다. 그 수많은 장면 속에서 불의와 정의, 차별과 평등 사이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답을 얻어내기 위해 하나의 공간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곳은 이내 장소로써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곳은 광장이다. 권리와 의무를 외치는 많은 이들을 수용하고 개별자들을 연대로 뭉치게 하는 광장은 언제나 제약과 외압을 견뎌내며 더욱 견고한 연대의 고리를 만들어왔다. 세대와 세대를 넘나들고 문화와 문화를 넘어설 수 있게 하는 광장은 언제나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나타나 견고한 경계와 틀을 허무는 변화의 시작점을 만들어 냈다.
# 언제나 그 자리에
어둠이 내려앉은 광장에 종이와 깃발이 수없이 흩날린다. 수평선을 머금고 있는 드넓은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지는 구름의 향연처럼, 작가 박정원의 화면에는 지속에 대한 염원의 시간이 담겨있다. 하나의 풍경이 담기는 종이는 치열함보다는 어떤 이의 슬픔과 상실에서 비롯된 고요한 공기와 잔잔한 물기를 머금고 있다.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와 몸짓을 담았던 장소에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천막, 흩날리는 종이와 깃발, 유영하는 실루엣이 있다. ‘비어있음’으로 상징되는 메타포와 기호들이 광장의 이곳저곳을 채우고 있다. 현장으로부터 출발해 연장되는 시간을 담아 광장에서 만들어진 지속되는 메아리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정되는 기록의 현장에서 지속되고 연장되는 공간으로서의 풍경이 만들어지게 된다. 작가 박정원이 그린 이 염원의 장면들은 오늘의 나를 관통하여 내일의 어떤 이에게 보내는 일종의 전언으로 작동된다.
# 이름과 이름
폭력은 언제나 다양한 모습으로 반복된다. 대항하고 항변하는 이들의 치열한 울림을 기록하는 것은 누군가가 누려야 했던 시공간을 다시 메우는 일이며 잊혀질 수 있는 이름과 현장의 좌표, 그리고 내일 살게 될 누군가의 이름을 이어주는 시간의 파노라마를 만들어 내는 일이다. 상실로부터 비롯된 이별이 단 한 번으로 갈무리된다면, 그리고 이 상실의 시간이 반복된다면 우리가 함께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바다처럼 넓고 깊은 그림자의 공간에 봉인되었을 이름과 이름을 소환하고 연결하는 것이 남은 자들이 연대를 만들어야 할 이유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불공정하거나 부당한 권력 앞에 맞서야 하는 개인들이 있다. 하지만 집단을 형성하고 힘을 합치면 대등하게 대화하거나 저항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작가는 스스로의 위치와 시선을 지정하여 수행적인 기록을 자처한다. 사무치는 어제가 만들어 낸 오늘의 현장을 순간으로 포착하거나 고정하지 않는다. 다가올 내일의 가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애잔하고 먹먹하지만 치열하고 찬란한 메아리를 생산한다. 흩어졌던 이름들을 하나로 모으고,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이자 목적을 대변하고 있다.
- 본 전시에서는 큰글자 전시 서문을 제공합니다.
- 본 전시에서는 점자 작가 소개를 제공합니다.
- 본 전시에는 전시 동선에 따른 음성안내 대체텍스트가 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서 QR코드로 혹은 유튜브에 전시명 "메아리가 머무는 곳"을 검색하여 접근할 수 있습니다.
- 본 전시장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2층에 위치해 있습니다. 또한 전시장 일부 공간에 약 15cm 높이의 턱이 있습니다. 관람에 유의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본 전시장 내부에는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